진짜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

Written by Theo2026년 6월 4일 · 1 min read

진짜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를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 가늠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가 잘 살고 있는지를 남들이 볼 수 있는 것으로 가늠한다. 연봉, 직함, 회사 이름, 손에 쥔 결정권. 한눈에 보이고 곧바로 견줄 수 있으니 편하다. 경쟁도 자연히 그 위에서 벌어진다. 누가 더 높이 갔고, 누가 더 많이 쥐었는가.

그런데 줄 세우기 좋은 이것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정작 내가 잘 살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가장 안 보인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돈 많이 버는 것 또 파워가 더 있는 것이 최고인 줄 알고 경쟁한다. 진짜 경쟁은 내 와이프가 얼만큼 행복한지를 다른 와이프들하고 비교하는 거다."

웃자고 한 말 같은데 묘하게 정확하다.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거의 다 바깥에 있다. 연봉도 직함도 남이 본다. 그런데 곁에 있는 사람이 지금 행복한지는, 그 사람과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데 가장 안 보이는 자리에 있다.

굳이 '경쟁'이라는 말을 그대로 쓴 게 눈에 걸린다. 평생 바깥의 숫자만 좇아온 사람에게는 그 말이 가장 빨리 가닿으니까. 정작 가리키는 건 등수가 아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저녁마다 어떤 표정으로 문을 여느냐다.

보이는 것은 꾸미기 쉽다

남들이 볼 수 있다는 건 편한 만큼 약점이기도 하다. 누구나 볼 수 있으니 누구나 꾸밀 수 있다. 잘 고른 직함 하나, 잘 나온 숫자 한 줄로 한동안 잘 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바깥에서는 진짜와 잘 꾸민 표면이 나란히 서 있다.

게다가 이런 것들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늦게 알려준다. 숫자가 오르는 동안에는 그 아래에서 사이가 식어가도 표가 나지 않는다. 가장 높은 데 올라선 다음에야 곁이 비어 있는 걸 알아차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

살 수도 꾸밀 수도 없는 것

곁에 있는 사람의 행복은 사정이 다르다. 돈으로 살 수 없고, 남들 앞에서 잘 보이게 꾸밀 수도 없다. 살 수도 꾸밀 수도 없어서, 속이기가 가장 어렵다. 집에 들어설 때의 공기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

이건 나 혼자 잘해서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를 행복하게 해줄 대상으로 두고 무언가 해주려는 순간 어긋난다.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하루를 맞춰갈 때에만 천천히 좋아진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 혼자 점수를 매길 수도 없다.

무엇을 두고 겨룰지 고르는 일

겨루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을 두고 겨룰지 고르는 일에 가깝다. 다들 같은 곳을 올려다보며 더 높이 가려는 사이, 고개를 돌려 가장 안 보이는 쪽을 들여다보는 일.

거기에는 자랑할 숫자도, 남에게 보여줄 등수도 없다. 다만 곁에 있는 사람의 표정으로, 우리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매일 조용히 알 수 있다. 가장 안 보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두는 일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겨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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