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을 잃지 않는 법

#단상/작문
Written by Theo2026년 1월 29일 · 1 min read

hero

얼마 전 누군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물었습니다.

"살면서 잃고 싶지 않은 게 뭐예요?"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새로운 거에 설레어하는 마음이요."

그 순간 멈칫했습니다. 좋은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이상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설레지?

당연하게 설레고 있었다

저는 원래 잘 설레는 편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면 설레고, 팀원들과 새로운 기능을 기획하면 설레고, 처음 보는 문제를 마주하면 설렙니다. 스타트업을 4년째 하면서 설렘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답을 듣고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설레는 걸까?

당연하게 느끼고 있던 감정이라 한 번도 뜯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어떤 건 설레고 어떤 건 안 설레는지, 설렘의 조건이 뭔지.

설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해보니 모든 새로운 것이 설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미 해본 일의 반복은 새로워도 설레지 않고,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은 시작해도 두근거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대화,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시간은 설렙니다.

결국 설렘은 새로움 자체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가능성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이게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는 감각. 그게 설렘의 정체가 아닐까요.

그래서 잃고 싶지 않다는 말

그 사람이 "잃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저는 처음엔 그냥 좋은 답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곱씹어보니 그 말이 좀 다르게 들렸습니다. 설렘은 가만히 있으면 유지되는 게 아니라, 의식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는 거라는 뜻이니까요.

경험이 쌓이면 예측력이 올라갑니다. 예측력이 올라가면 불확실성이 줄어듭니다.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불안도 줄지만, 설렘도 함께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잃고 싶지 않다"는 말은 어쩌면 의도적으로 지키겠다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그 질문

"살면서 잃고 싶지 않은 게 뭐예요?"

그 사람의 답을 듣고 저도 생각해봤습니다.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게 됐습니다. 설렘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오고, 지키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다음에 만나면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 설렘, 어떻게 지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