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미팅이 끝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 리더가 지난주에 약속한 일을 하지 않았다. 미팅에 참석한 모든 리더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했다. 결국 내가 지적했다. 미팅이 끝나고 몇몇 리더가 슬쩍 다가와 말했다. "말씀하시길 잘했어요. 저도 신경 쓰이긴 했거든요."
그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다. 신경이 쓰였다면, 왜 직접 말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리더 한 명의 용기 문제가 아니다. 팀이 책임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결국 모든 책임은 한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관리자의 짐을 동료에게 나누는 법
축구 경기를 떠올려 보자. 감독만 선수를 야단치는 팀이 있고, 선수들끼리 서로 독려하고 지적하는 팀이 있다. 어느 팀이 더 강할까?
답은 명확하다. 선수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책임을 묻는 팀이 훨씬 강하다. 감독이 모든 상황을 볼 수는 없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함께 뛰는 동료가 가장 잘 안다. 상대 수비를 제대로 안 따라간 동료에게 "야, 뒤를 봐!"라고 소리치는 것. 그것이 경기의 승패를 가른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여럿인 팀에서 책임을 묻는 역할이 오직 한 사람, 보통은 CEO나 CTO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면, 그 팀은 구조적으로 약하다. 한 사람이 모든 리더의 업무 이행을 추적하고, 미달 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동료 간의 약속이 아니라 상하 관계의 감시가 된다.
반면 동료 리더들이 서로의 약속 이행을 확인하고, 미달 시 직접 이야기하는 팀이 있다. 이 팀에서는 책임의 무게가 한 사람에게 쏠리지 않는다. 모든 리더가 서로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에, 압박은 분산되고 효과는 배가된다. 감독 혼자 외치는 것보다 동료 선수 네 명이 함께 외치는 것이 훨씬 강력한 것처럼.
이것이 내가 동료 간 상호 피드백이 가장 효과적인 책임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왜 우리는 동료의 문제를 외면하는가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팀에서 이런 상호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지적하면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이 두려움은 매우 인간적이다. 특히 리더들 사이에서는 더 그렇다.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관계에서, 상대의 영역에 대해 뭔가를 지적한다는 것은 마치 그 사람의 역량을 의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는 역할에 대한 착각이다. "그건 CEO가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야." 이 생각에는 묘한 편안함이 있다. 책임을 묻는 불편함을 윗사람에게 위임하면, 나는 좋은 동료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 CEO만 '나쁜 역할'을 맡게 되고, 나머지 리더들은 방관자가 된다.
세 번째는 더 근본적인 문제인데, 지적과 갈등을 혼동하는 것이다. 동료에게 "지난주에 약속한 건 어떻게 됐어?"라고 묻는 것은 갈등이 아니다. 합의한 약속의 이행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 자체를 갈등의 시작으로 느낀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적을 피하면 관계가 보존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라는 점이다. 문제를 외면하면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불만으로 쌓인다. 회의실에서 말하지 못한 것들이 복도에서 뒷담화가 되고, 슬랙 DM에서 푸념이 된다. 지적하지 않는 것이 관계를 보호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한 후에 관계가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불편한 대화 후에 "아, 이 사람은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구나"라는 신뢰가 생기는 순간 말이다.
불편함을 시스템으로 만들기
문제는 이 불편함이 '개인의 용기'에 의존해서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용기 있는 한두 사람이 지적을 하다가 지치면, 팀은 다시 침묵으로 돌아간다. 불편함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효과적이라고 느낀 방법은 단순하다. 리더들이 일정 주기로 모여서, 서로에게 딱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당신이 팀에 더 기여하기 위해 한 가지 더 잘했으면 하는 것"을 직접 말한다.
처음 이 훈련을 시도했을 때, 분위기는 당연히 어색했다. 서로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고, 말을 꺼내기까지 긴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자 흐름이 바뀌었다. 첫 번째 피드백이 나오면 두 번째는 훨씬 쉬워진다. 세 번째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놀라운 것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대부분 방어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 그게 그렇게 보였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훈련의 핵심은 피드백의 내용이 아니다. 팀 안에서 서로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라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한번 이 경험을 하고 나면, 일상에서도 동료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덜 어려워진다.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팀이다"라는 기준이 생긴다. 그 기준이 생기면, 침묵은 더 이상 예의가 아니라 회피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이 피드백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루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분기에 한 번이든, 중요한 프로젝트가 끝난 후든, 팀이 정기적으로 이 시간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피드백은 근육과 같아서,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지적이 아니라 기대의 표현이다
여기서 한 가지 프레이밍을 바꿔보고 싶다. 우리는 이것을 '지적'이라고 부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대의 표현'이다.
동료에게 "지난번 미팅에서 약속한 자료가 아직 안 나왔다"고 말하는 것은, 그 동료에게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기대가 없는 사람에게는 지적도 하지 않는다. 포기한 관계에서는 불편한 대화가 필요 없다. 그냥 거리를 두면 된다.
그래서 동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당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팀이 함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불편한 말을 건네는 것이 신뢰의 부재가 아니라 신뢰의 증거라는 것을 팀원들이 이해하면, 피드백의 의미가 달라진다.
물론 모든 지적이 기대의 표현이 되려면 전제가 있다. 진심이어야 한다. 자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지적은 기대가 아니라 공격이다. 그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결국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이 사람과 이 팀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다.
당신의 팀에서 동료 리더에게 마지막으로 불편한 말을 건넨 것은 언제인가? 만약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지금 당신의 팀에서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