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리더는 부서의 대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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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을 모았다. 인재밀도를 지키기 위해 채용 기준을 세우고, 함께 일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까지 손을 뻗었다. 이제 그 사람들이 리더로서 한 테이블에 앉는다. 그런데 막상 테이블에 둘러앉으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엔지니어링 리드가 먼저 입을 연다. "개발팀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이번 일정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프로덕트 리드가 바로 받는다. "PM 조직에서는 이 기능이 이번 분기에 반드시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자인 리드가 끼어든다. "디자인팀 관점에서는 품질을 더 가져가고 싶은데요."

대화는 정중하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 회의실을 나서면, 결정된 것은 거의 없다. 각자 자기 팀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안을 만들었지만, 누구도 만족하지 못했고, 조직 전체에 가장 좋은 결정이 무엇인지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 미팅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대사의 함정

이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익숙한 구조가 보인다. UN 총회다. 각국의 대사들이 자국의 이익을 대표하여 발언하고, 양보는 최소화하며,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유능한 대사의 조건인 그 자리. 리더십 미팅이 UN 총회와 닮았다면,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리더가 아니라 대사로 행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사에게 "당신 나라 이익을 포기하고 전체를 위해 양보하라"고 말하면, 그는 어이없어할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대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리더십팀이 정확히 이 구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엔지니어링 리드는 개발팀의 대사, 프로덕트 리드는 PM 조직의 대사, 디자인 리드는 디자인팀의 대사. 미팅의 결과는 각 부서 이익의 교집합이지, 조직 전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 아니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리더십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들은 부서의 대사인가, 조직의 리더인가.

내가 직접 리더십팀을 운영하면서 확신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리더십팀에서 나의 첫 번째 팀은 내가 이끄는 팀이 아니라, 내가 속한 리더십팀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팀을 소홀히 하라는 뜻이 아니다. 리더십팀에서 내린 결정이 조직 전체에 가장 좋은 결정이 되어야, 결국 내 팀도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사는 자국에 불리한 결정에 반대하지만, 리더는 자기 부서에 불리하더라도 조직 전체에 좋은 결정이면 기꺼이 지지한다. 이 차이가 UN 총회와 리더십팀을 갈라놓는다.

하나의 팀, 하나의 점수

축구 경기를 떠올려 보자. 한 미드필더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한다. "저는 오늘 패스 성공률 94%를 기록했습니다. 제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팀은 0대 3으로 졌다. 이 미드필더는 좋은 경기를 한 것인가.

축구에서는 답이 자명하다. 개인 기록이 아무리 좋아도 팀이 지면 의미가 없다. 이긴 팀의 벤치 선수도 이긴 것이고, 진 팀의 MVP도 진 것이다. 모든 선수가 같은 점수를 받는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엔지니어링팀이 모든 기술 지표를 달성했지만 회사 전체가 분기 목표를 놓쳤다면, 엔지니어링 리드도 실패한 것이다. 마케팅팀이 캠페인 성과를 초과 달성했지만 제품이 제때 나가지 못해 매출이 빠졌다면, 마케팅 리드도 그 결과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 팀은 잘했는데 왜 나까지 실패인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불공정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리더십팀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다.

내 부서의 성과가 좋으면서 회사 전체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내가 리더십팀의 일원으로서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다른 부서의 병목을 함께 풀었어야 했고, 자원 배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하나의 팀, 하나의 점수를 받아들이면 리더십 미팅의 풍경이 달라진다. "우리 팀 입장에서는"이라는 말 대신 "회사 전체로 볼 때"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른 부서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자원이 부족한 팀을 돕는 것이 내 부서의 이익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점수를 올리는 행위가 된다.

그런데 왜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까. 세 가지 저항이 있다.

첫째, 정체성의 문제다. "나는 엔지니어링 리드다"라는 문장에서 정체성은 엔지니어링에 놓인다. 매일 함께 일하는 사람은 개발팀 동료들이고, 리더십 미팅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다. 소속감은 자연스럽게 부서 쪽으로 기운다.

둘째, 팀원들의 시선이다. 리더가 리더십 미팅에서 돌아오면 팀원들은 묻는다. "우리한테 유리한 결과가 나왔나요?" "사실 회사 전체를 위해 우리가 양보하기로 했다"고 말하면 실망하는 표정이 돌아올 수 있다. 이 순간의 두려움이 크다. 부서 밖에서는 조직의 리더로 행동했는데, 부서 안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셋째, 단기 성과의 유혹이다. 리더십 미팅에서 부서 이익을 최대한 지키면, 부서로 돌아가서 "승리"를 보고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팀의 사기가 올라간다. 그러나 이 승리가 쌓이면, 리더십팀은 점점 더 UN 총회로 변질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우리 편만 드는 리더"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회사가 잘 되게 만드는 리더"다. 조직이 잘 되어야 팀도 잘 되고, 팀이 잘 되어야 개인도 잘 된다는 것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해한다. 다만, 그 결정의 배경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냥 결정됐다"가 아니라, 왜 이 결정이 조직 전체에 가장 좋은지, 우리 팀에는 어떤 영향이 있고 장기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문제 해결형 리더의 세 축

리더십팀에서 대사의 자리를 내려놓았다면, 그 자리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가. 나는 제럴드 와인버그의 MOI 모델을 접한 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얻었다.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동기부여(Motivation)는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이다. 위협이나 보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일이 중요한지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조직화(Organization)는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할 수 있는 체계가 없으면 공허하다. 아이디어(Idea)는 씨앗이다.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하는 관점, 해결책의 실마리가 되는 발상이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변화를 저지하고 싶다면 셋 중 하나만 무너뜨리면 된다. 의욕을 꺾거나, 협력 체계를 무너뜨리거나, 아이디어의 흐름을 막으면 조직은 멈춘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리더에게는 중요한 자각이다.

이 모델을 실제 개발 조직에 적용하면, 문제 해결형 리더가 집중해야 할 세 가지 축이 드러난다.

첫째,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가 사소한 문제 정의의 차이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논쟁이 길어지는 이유의 대부분은 해결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형 리더는 논쟁의 근원이 문제 정의에 있는지, 해결 방법에 있는지를 구분할 줄 안다. 그리고 팀원들이 고객의 문제를 직접 이해하도록 끊임없이 권장한다. 복잡한 문제를 처음부터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는 많다. 그 착각이 재앙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둘째, 아이디어의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너무 적으면 해결책을 얻을 수 없고, 너무 많으면 혼란이 온다. 여기서 핵심적인 행동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팀 동료의 아이디어를 즉각 비판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것과 즉각 비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건 안 될 거야"라는 말은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흐름 자체를 끊어버린다. 다른 하나는 시간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부당하게 버려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열의를 잃는다. 역설적으로, 모든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는 팀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게 전진한다.

셋째,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의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 문제 해결형 리더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품질을 측정하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서 전체를 조망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가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노력을 쏟기 전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용기다.

이 세 축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문제를 깊이 이해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아이디어의 흐름이 건강해야 품질 높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며, 품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할 수 있다. 리더는 이 세 축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팀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사람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든 사람

리더십 미팅에서 주어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개발팀 입장에서는"을 "회사 전체로 볼 때"로 바꿔 보는 것이다. 단순한 언어의 변화지만, 이 전환이 사고의 프레임을 바꾼다. "개발팀 입장에서는 일정이 부족합니다"는 부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고, "회사 전체로 볼 때 이 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품질입니다"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다른 부서의 문제에 먼저 나서는 것도 연습이 된다. 마케팅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건 마케팅 이슈니까"라고 넘기는 대신 "우리 팀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것은 선의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케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사 전체의 점수가 내려가고, 그것은 곧 내 점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그것을 진심으로 지지해야 한다. 리더십 미팅에서 충분히 토론한 뒤 결정이 내려지면, 설령 내가 원래 다른 의견이었더라도 부서로 돌아가서 그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나는 반대했는데 그렇게 결정됐다"라고 말하는 순간, 리더십팀의 결정은 힘을 잃는다. 팀원들은 리더십팀이 하나의 팀이 아니라 각자 따로 노는 집단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 모든 연습의 밑바닥에는 하나의 자각이 깔려 있다. 리더는 조직에서 임명된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든 사람이 리더다. 직급이 주어지기 전에도 문제를 이해하고, 동료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고, 품질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리더로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팀이 하나의 팀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 팀이 합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리더들이 대사의 자리를 내려놓고 조직의 리더로 섰다면,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모두가 같은 답을 할 수 있는 명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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