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평소 어떤 일을 하시나요?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정리하여 문서로 만들기, 상세한 기능 명세서와 화면 설계서 작성하기, 기획서와 화면 디자인을 보며 어떻게 개발할지 고민하기 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일부터
기업의 재무나 회계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일, 인체의 질병과 손상을 연구하고 진단/치료하는 일, 개인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법정에서 그들을 변호해 주는 일까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유형의 일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잘 놓고 보면 일이라는 것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 할 수 있는데요.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일
그리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일
입니다. 오늘은 제품 개발과 관련된 예시와 관점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제품 기획자
라는 역할을 지니신 분들이 하는 일입니다. 이들은 주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하고, 요구사항에 맞추어 기능을 기획합니다. 그 후 프로젝트를 담당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할당받습니다. 그리고 기획서를 만들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에게 넘깁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일정 내에 요구사항에 맞추어 개발을 완료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완성되면 배포하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갑니다.
위 예시에서 언급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역할을 지니신 분들이 주로 하는 일입니다. 기획자의 의도에 맞게 디자인하고, 개발 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앞선 예시의 업무수행 방식에서는 기획자 -> 디자이너 -> 엔지니어 순으로 hand-off
하는 방식의 패턴이 자주 보입니다. 모든 직군이 제품의 성공보다는 그냥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일하는 것인데요.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엔지니어가 철저히 분업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획자는 '상세한 기능 명세서와 화면 설계서를 만들어 넘겼으니 내 역할은 끝났다.'
라고 생각하게 되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넘어온 형태로만 만들면 된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며 최근에는 제품 기획자
라는 이름의 역할이 줄어들고 Product Manager
/ Project Manager
/ Product Owner
같은 직무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냥 기획자라는 직무를 그럴듯하게 영어로 바꾼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꽤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Product Manager
와 Project Manager
는 기존에 요구사항을 취합하고 요구사항에 맞추어 기능을 기획하던 기획자
라는 역할에서 더 확장된 직무입니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이들은 각각 전략과 실행을 담당하는 역할로 이분화되어 있습니다.
Product Manager (전략)
: 시장을 조사하고, 제품 계획을 수립합니다.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전달합니다.Project Manager (실행)
: 개발팀과 소통하며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수행합니다.여기서도 전략과 실행 즉,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일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일로 나누어집니다.
그러다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진 전략 + 실행을 모두 수행하는 역할
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바로 Scrum Product Owner 입니다. 참고: What is a Product Owner? | Scrum.org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Scrum Product Owner
는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Product Owner
와는 다릅니다. 해외에는 Product Owner
라는 Job Position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Product Manager
가 Scrum Product Owner의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의 관계입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Product Manager
를 전략을 담당하는 역할, Product Owner
를 전략과 실행을 모두 담당하는 역할 정도로 표현할 예정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직무가 하나로 통합되고, 한 사람이 맡는 일의 양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는 기술의 발전과 방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검색 엔진과 AI 등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동일한 단위 시간당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의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 외에도 업무의 효율성 차원에서의 이유도 있습니다. 기존에는 전략과 실행을 서로 다른 사람이 수행하다 보니 업무 간의 Boundary가 명확하게 나누어지고,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안티 패턴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였습니다. 안티 패턴을 깨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려고 보니 서로의 이해도가 달라 발생하는 이슈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여러 일을 한 사람이 맡아서 하는 방법
이 가장 효율적이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직무가 하나로 통합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최근의 제품 개발 씬에서는 Product Engineer
/ Problem Solver
같은 직무가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을 할지 주로 고민하는 Product Manager
와 어떻게 할지 주로 고민하는 Software Engineer
이 두 직무를 예시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Product Manager
는 전략을 담당하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치열하게 조사하고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들 중 전문성을 강화하고 소위 말하는 일 잘하는 사람
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Software Engineer
는 주로 실행을 담당하고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치열하게 설계하고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들 중 전문성을 강화하고 소위 말하는 일 잘하는 사람
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Product Manager
는 전략을 넘어 실행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반대로 Software Engineer
는 단순히 실행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를 위해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결국 각 영역에서 일 잘하는 사람
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본인의 업무 영역을 넘어 다른 영역의 고민을 함께 고민해 주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두 가지 유형의 일밖에 없지만, 앞서 소개한 PM과 PO의 사례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사람이 두 가지 유형의 일을 다 맡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Product Manager
는 이제 단순히 기획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사용자와 고객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IT산업과 기술적인 배경지식 요구하는 직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대로 Software Engineer
도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과 제품 전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직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여러 역할이 하나로 통합되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모든 직무가 하나로 통합되기까지는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
이는 우리가 기존의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함을 의미하고, 각자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영역의 업무를 이해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래에 통합될 거라면 이왕이면 지금부터 현재 내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영역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