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산업에 대한 고찰

#단상
Written by Theo2024년 5월 15일 ·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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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며

고시 낭인, 교육 중독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이를 불문하고 전 연령층에 퍼져있는 사회적 현상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교육산업 자체에 대한 생각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저는 과거 컴퓨터공학을 메인으로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을 병행하여 공부 했었는데요. 그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산업은 나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부만 끝마친 뒤, 해당 산업에 full-time으로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무얼 하면 좋을지 크게 고민하지 않는 산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고민과 의사결정 과정이 있기 마련이고, 그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얼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일 (What)
  2. 무얼 하면 좋을지 정해지면,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일 (How)

그리고 저는 What에 해당하는 고민을 더 즐겨합니다. 하지만 교육산업에서 이루어지는 고민 대부분은 누구에게(Who), 무엇을(What) 가르칠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어떻게(How) 가르칠지 고민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상, 교육혁신의 대단함

많은 에듀테크 기업이 교육혁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교육혁신은 무엇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모든 인간은 공부하지 않으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우선 알아야 합니다.

교육혁신이라는 것은 결국 공부하지 않으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본성을 이겨내고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싶게끔 아래와 같은 요소를 제공해 주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1. 합리적인 교육 비용
  2. 양질의 커리큘럼
  3. 우수한 강사진
  4. 운영 인력의 노고

이 중 하나만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네 가지 요소가 두루두루 갖추어져야만 하는데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특성상 각 요소 모두를 잘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교육혁신이라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파트타임으로 교육과 멘토링을 해오며 2천 명 이상의 멘티와 학습자(피교육자)를 만나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네 가지 요소를 최대한 제공해 드리며 항상 좋은 학습 경험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게 제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기업의 '업'이었다면 불가능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인용, 교육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

링글의 창업자이신 이승훈(Hoon Lee)님도 과거 교육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주신 적 있는데요. 승훈님은 교육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본질적인 이유를 결심 또는 압박을 콘텐츠/서비스 이용 & 유저 성장으로 연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제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꾸준하게 공부해서 성장하고, 다시 결제해서 더 공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산업의 중심이 '공부하는 사람' 보다는 '결제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지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다 보니 유저(학습자, 피교육자)가 교육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얼마나 만족할 수 있게끔 만드느냐보다는 어떻게 결제하게끔 만드느냐가 초점이 된 산업이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무리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만족하지도 않는, 이용도 안 할 서비스와 교육을 구매할까?

사람은 생각보다 더 비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도 큰 고민 없이 진행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소비가 교육이라면 스스로 불필요한 소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용하지도 않고 구매했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그 만족감에 중독되곤 합니다.

꽤 많은 교육 기관이 유저 만족보다는 결제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기업이라는 단체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용하게 되는 서비스와 교육에서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많은 에듀테크 회사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교육에 돈과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중독되신 분들은 하루빨리 그 중독에서 벗어나 스스로 내 방향성을 결정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독립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연습을 게을리 하다보면 1년, 2년이 지났을 때에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성장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3년, 4년이 지났을 때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실은 열심히 하지 않았으며, 열심히 한 것 처럼 느끼는 시간을 보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걸 깨달았을 그때는 너무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 후회하기보다는 미리 연습하셨으면 좋겠습니다.